#1 과거 은행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였다. 지금도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는 건 여전하다. 새로 계좌를 개설하고자 하는 사람, 대출 상담을 원하는 사람, 지로 납부를 원하는 사람, 동전 뭉치를 들고 와 지폐로 바꾸길 원하는 사람, 집 이사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억대의 돈을 수표로 찾기 원하는 사람… 은행 문이 닫힌 후에도 직원들은 오늘 들어온 돈과 나간 돈이 맞는지 일일이 확인한 후에야 퇴근할 수 있었다.
#2 머지않은 미래에는 길거리에서 은행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 것이다. 갈수록 이용 빈도가 낮아지는 지점의 80% 정도가 문을 닫기 때문이다. 남은 20%의 지점은 최적의 장소에서 금융거래가 아닌 영업과 고객상담 업무를 위한 장소로 바뀔 것이다. 반드시 은행을 방문해야 할 수 있었던 계좌 개설과 같은 몇몇 대면 실명확인 서비스마저도 모바일을 통해 365일 24시간 이용이 가능해진 까닭이다.
데이터가 새로운 은행 서비스의 중심
세계 최대의 모바일 분야 컨퍼런스이자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의 기술 트렌드를 보면 향후 어떤 기술들이 우리 생활을 바꿀 것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올해 3월 개최된 MWC 2015의 하이라이트는 핀테크였다. 스페인 최대 은행인 BBVA의 프란치스코 곤잘레스 회장은 “은행은 급격하게 디지털화되고 있다”면서 “디지털 은행에서는 데이터가 필수이며, 데이터가 새로운 은행 서비스의 중심”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풀이해 보면 앞으로 얘기할 핀테크는 금융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다루는 기술인 셈이다.
핀테크의 정의를 보자. 핀테크(Fintech)란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로, ICT(정보통신기술)를 바탕으로 송금, 결제, 자산관리,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소규모 후원이나 투자 등을 목적으로 인터넷 매체를 통해 다수의 개인에게서 자금을 모으는 행위. 주로 SNS를 활용하므로 소셜 펀딩(Social funding)이라고도 한다) 등 각종 금융서비스를 결합한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이다. 핀테크는 지난 5년간 투자 규모가 3배 이상 성장할 만큼 빠른 속도로 융합이 진행되고 있다. 액센츄어의 보고서에 따르면,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금액은 지난 2008년 9억 2,000만 달러에서 2013년 29억 7,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은행의 급속한 변신이 핀테크 성장을 부채질하고 있다. 거꾸로 핀테크의 성장이 은행의 변신을 가속화하고 있기도 하다. 핀테크가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지속적인 ICT 발전에 따른 은행 고객들의 비대면 채널 이용의 확대이다. 둘째는 기존에 광고 및 게임 등 특정 분야에 편중되어 있던 ICT 기업들이 수익원의 다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풀이해 볼 수 있다.
ICT와 만난 금융서비스의 무한 확장
핀테크는 유럽과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09년에 설립된 독일의 피도르(Fidor) 은행은 특히 SNS를 활용해 독자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신규 고객의 경우 페이스북 커넥트(Connect)를 통해 계좌를 신청할 수 있으며, 페이스북 계정의 ‘좋아요’ 클릭 수가 1,000회 늘어날 때마다 고객의 예금 금리도 0.1% 상승하는 독특한 소셜 커머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포르투갈의 최대 은행인 밀레니엄 BCP는 액티보뱅크라는 디지털 은행을 설립, 주로 젊은 고객층을 주 타깃으로 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의 BNP파리바는 모바일 전용은행을 통해 자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계좌번호를 휴대폰 번호로 대체하고 전화번호와 QR 코드 등으로 송금 및 결제를 할 수 있는 핑잇(Pingit)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에서는 금융그룹이 ICT 업체들과 제휴해 추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캐피털 원(Capital One)의 경우 네덜란드 인터넷 전문은행인 ING다이렉트를 인수, 지점 없이 온라인으로만 영업을 하고 있다. 또 페이팔(Paypal)은 글로벌 온라인 쇼핑 결제액의 18%를 점유함으로써 세계 최대의 온라인 지급결제 서비스 업체로 성장했으며, 구글(Google)의 경우
에도 가상결제 시스템인 구글 월렛(Google Wallet)을 만들어 이용자가 등록한 카드나 은행계좌와 연결되어 이메일 주소만으로도 송금이 가능하도록 간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상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테스트 중이다.
중국의 경우 IT 업체가 은행의 서비스를 대행하는 수준을 넘어 민간은행의 역할을 하고 있다. IT 업체인 알리바바는 지난해 6월 온라인 전용 머니마켓펀드(MMF) 상품인 ‘위어바오’를 출시, 5,000억 위안(약 82조 원)에 달하는 수탁액을 달성하는가 하면 중국 사업자 40만 명에게 소액대출사업까지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높은 금융규제 장벽으로 인해 은행시스템과 IT의 융합이 느리게 진행되어 왔으나, 최근 금융감독원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발표를 기점으로 국내 은행들과 IT 업체들의 제휴가 본격화되고 있다.
디지털 뱅크가 핀테크의 시험 무대
길거리에 수많은 은행들이 정말 사라지게 될까?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 지점들만 남아 영업과 상담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금융 전문가들의 견해다. 은행 지점들의 급격한 감소는 핀테크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뱅크의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한다. 디지털 뱅크는 1995년 미국에서 최초로 도입된 이후 미국 20여 개, 유럽 30여 개, 일본 8개가 영업 중이다. 디지털 뱅크의 태동은 ‘고객을 실물 기반의 유통망에서 디지털 유통망으로 옮기지 않으면 은행의 미래는 없다’는 명제를 상기시켜 준다.
<그림>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으로 기대되는 금융서비스 변화
<출처 : 금융감독원>
스토리지가 인터넷 전문은행의 핵심 디바이스
인터넷 전문은행에서 핀테크의 핵심은 고객들이 좀 더 편리하게 금융서비스에 접근해 안전하게 결제·송금하고 거래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인증방법, 이상 금융거래 탐지 및 차단을 위한 FDS(Fraud Detection System: 부정사용방지시스템), 빅데이터 분석 능력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즉, 핀테크는 보안과 빅데이터 처리, 클라우드 인프라라는 새기술이 핵심인데, 궁극적으로 스토리지와 서버를 구축하는 시스템 업체들과 SI 업체들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인터넷 전문은행은 표면적으로 결제가 핵심인 것처럼 보이지만 위에서 얘기한 세 가지의 기술이 스토리지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결국 스토리지가 인터넷 전문은행의 핵심 디바이스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하면 1개 은행당 최소 500억~1,000억 원 정도의 구축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돼 현재 포화상태에 다다른 금융권 차세대 시스템을 대체하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인터넷 전문은행은 여·수신 등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로 시작해 핀테크 전문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지급결제, 크라우드 펀딩, 자산관리, P2P 대출 등 특화된 금융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도입하면서 개별 고객투자나 소비성향 등을 분석하는 빅데이터 기반의 실시간 마케팅 서비스로 진화해 갈 것이다. 때문에 향후 빅데이터 플랫폼을 지원하는 스토리지가 큰 역할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금융 IT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Hitachi가 일본 내 대다수 인터넷 전문은행의 인프라 공급원으로서 역할을 맡고 있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2013년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POS 시스템 해킹 등 금융서비스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 인터넷 전문은행은 금융 거래의 편리함이나 간편함, 간소화 이면에 무엇보다 보안을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리하자면 빅데이터 처리 기술과 보안, 클라우드 기술에서 우세함을 보이는 스토리지가 새롭게 떠오르는 인터넷 전문은행이라는 거대 시장의 강자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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