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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TREND

기업 생존을 기른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글로벌 기업 사이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 대유행이다. 전통적 산업계도 최신 IT 기술을 적극 활용해 전혀 새로운 기업으로 변신하려는 시도가 한창 벌어지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대유행을 이끈 기업은 제너럴 일렉트릭(GE)이다. 엔진이나 터빈 같은 산업설비 제조업체였던 GE는 이제 스스로의 정체성을‘ 소프트웨어 기업’이라고 설명한다. GE는 더 이상 산업장비 신제품을 맨 앞에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프리딕스(Predix)’ [각주:1]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핵심 제품으로 강조한다. GE는 자사의 산업설비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프리딕스 플랫폼을 함께 제공한다.


GE는 장기적으로 소프트웨어 매출 목표를 150억 달러로 잡고 있다. 제프리 이멜트 GE CEO는 2020년까지 10대 소프트웨어 기업에 오른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120년 된 제조기업이 이토록 자신 있게 스스로를 소프트웨어 기업이라고 밝히는데, 산업계가 관심을 갖지 않을 리 없다.


GE, IT 소비자에서 IT 생산자로 변신

GE는 지난 2012년 데이터 주도 솔루션 개발과 외부 애플리케이션과 연계되는 개방형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GE는 자사 설비제품에 수많은 센서를 장착해 방대한 성능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데이터를 실시간 혹은 주기적으로 분석해 설비제품의 효율을 개선하고 사전 예측이 가능한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 것이다.

2013년에 이르러 GE는 내부에서 사용하던 플랫폼을 외부에 공개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프리딕스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으로 빅데이터 처리 환경과 애플리케이션 개발 환경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GE는 2014년 프리딕스 플랫폼을 외부 기업에게 공개했다. GE의 파트너사 혹은 고객사가 프리딕스 플랫폼을 활용해 설비 활용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분석하게 한 것이다. GE는 프리딕스를 산업용 설비의 운영체제로 자리매김하려고 한다. 실제로 소프트뱅크 텔레콤이 2014년 12월 프리딕스 플랫폼의 라이선스를 구매해 해운, 제조, 기타 산업을 위한 앱을 개발 중이다.

그동안 GE 같은 전통적인 제조기업에게 IT는 메인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다. IT 담당부서도 지원부서로서 회사의 비즈니스 운영이 원활하도록 도와주는 데 중점을 두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후 GE에서 IT는 핵심 비즈니스로 자리가 바뀌었다.

전통적인 기업이 대대적인 변신에 나서게 된 계기는 시장에 등장한‘ 파괴자’ 때문이다. 에어비앤비, 우버 같은 새로운 기업이 등장해 숙박업과 운수업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렸다. IT를 무기로 내건 파괴자에 맞서 전통적 기업이 취한 대응책도 마찬가지로 IT가 무기였다.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소프트웨어를 비즈니스 중심에 위치시킨다는 뜻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쉬운 일은 아니다. 비 IT 기업은 IT회사만큼 소프트웨어 기술 역량을 갖고 있지 않을 뿐더러, IT를 중심에 두고 기업의 체질을 전면 개편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프로세스, 문화, 조직등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므로, 웬만해선 성공하기 어렵다.

일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간 기업의 비즈니스 조직이 IT를 생각하는 형태는 IT 전담부서에 시스템 개발과 운영을 완전히 맡겨버리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IT는 특정 기간 동안 진행됐다가 완료되는‘ 사업’ 혹은‘ 프로젝트’ 형태로 움직인다. 여기서 IT는‘ 도구’로 취급된다.


프로덕트로서 IT를 사고하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기업은 IT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IT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어디에나 포함되는 요소여야 한다. 업무 흐름 가운데 IT가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흐름을 이루는 각 요소와 묶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프로덕트(Product)’로서 IT를 사고할 필요가 있다. 프로덕트란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프로젝트로서의 IT 환경에서는 여러 팀이 모여 종료 시점까지만 일한다. 반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후 조직은 프로덕트 단위로 팀을 이루게 된다. 예를 들어, 아마존닷컴의 웹사이트는 검색, 이미지, 결제, 로그인, 장바구니등 다양한 기능으로 구성된다. 이 기능들은 하나의 독립된 프로덕트이며, 프로덕트의 집합이 아마존닷컴의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한다. 각 기능 혹은 프로덕트마다 책임지는 팀이 존재하는데, 이 팀은 비즈니스 개발과 IT 개발을 동시에 수행하고, 지속적으로 고객의 요구사항을 수용해 반영한다.

프로덕트 중심의 팀엔 비즈니스 담당자와 IT 개발자, 운영자, 기획자, 데이터 분석가, 디자이너 등 한 단위의 비즈니스를 위한 모든 인적 자원이 존재한다. 각 팀은 담당 프로덕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권한을 갖고 책임진다. 프로젝트 중심의 팀은 같은 유형의 일을 하는 사람끼리 모이지만, 프로덕트 중심의 팀은 기능에 관련된 모든 종류의 담당자가 모여 있다.

GE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IT 소비자에서 IT 생산자로 변신’이다. 이처럼 프로덕트 중심으로 조직을 꾸릴 경우 그에 적합한 IT 아키텍처와 플랫폼이 필요해진다. 기술적 측면으로 최근 화두로 떠오른 컨테이너 기술[각주:2]과 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처, 클라우드 컴퓨팅 등이 관련된다.


컨테이너는 프로덕트를 독립적인 공간에 담을 수 있게 해준다. 결제 프로덕트는 ‘결제용 컨테이너’ 안에 존재하며, 다른 컨테이너와 통신하면서 작동한다. 프로덕트 각자는 독립적으로 개발, 운영이 가능하다. 아마존닷컴 웹사이트에서 결제 시스템을 수정해야 한다면, 전체 서비스를 다운시키지 않고 결제 시스템만 업데이트할 수 있다.

각 프로덕트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지만, 독자적으로 전체 비즈니스를 돌아가게 하지 않는다. 각 프로덕트를 서로 통신하도록 엮어야 비즈니스가 움직인다. 각 프로덕트를 API 기반으로 유기적으로 엮으면 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처가 된다. 하나하나의 마이크로 서비스들이 각각의 개별팀에 의해 병렬로 업데이트되고, 서로 문제가 발생한 경우 서비스 전체의 문제를 막아준다. 유한책임에 따라 프로덕트 전담팀이 최선을 다하면, 전체 비즈니스는 최상의 상태로 운영되며 새로운 프로덕트를 추가하기도 쉽다.

아마존닷컴의 자회사 아마존 웹서비스는 프로덕트팀을 꾸릴 때‘ 피자 한판의 법칙’에 따른다. 8조각의 피자 한 판을 전체 팀원이 만족스럽게 나눠 먹을 수 없다면, 팀을 분리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대두되는 또 다른 조직운영법이 ‘데브옵스(DevOps)’다. 개발과 운영의 합성어로 소프트웨어의 기획, 개발, 테스트, 운영을 하나의 팀 안에서 수행한다는 것이다. 앞서 프로덕트 단위로 팀을 꾸릴 때 프로덕트의 수명 주기를 모두 책임질 수 있는 완결된 구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과 관련되는 부분이다.


시장의 요구 변화에 빠르게 진화

데브옵스는 개발과 운영을 한 조직에서 함께 한다. 개발자와 운영자는 시작부터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소프트웨어 완성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고, 지속적으로 개발과 수정 과정을 진행하며 원하는 기능을 발전시켜 나간다.

마이크로 서비스와 데브옵스는 하나의 플랫폼에 구축했을 때 온전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플랫폼은 기술과 기능 측면에서 각 팀의 프로세스를 전반적으로 뒷받침한다. 잘 조직되지 않은 플랫폼은 약점을 갖게 되고, 조직들의 역동적인 작동을 방해 할 수 있다. 큰 규모의 기업일수록 잘못된 플랫폼에 따른 프로세스 지연이 비즈니스 자체의 위기를 초래하기 쉽다.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내용이 여기에 포함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IT에 대한 근본적 이해의 변화다. IT와 소프트웨어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 전체 가운데 일부에 언제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언제든 문제점을 찾아내 고치면서 개선 혹은 변화시켜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후 비즈니스에 허점이 있다면 이는 IT에 허점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에 대한 수정을 겁내선 안된다. 오히려 변경 혹은 변화를 줬을 때 손해를 최소화 할 수 있고,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시장의 요구는 언제든지 바뀐다. 요구에 따라 프로덕트와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진화시켜야 시장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앞서갈 수 있다.


장기적이고, 전략적으로 움직여라

마지막으로 GE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여정을 참고해보자. GE는 우선 기업의 핵심 경영진 차원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강한 의지와 비전을 가졌다. 경영진의 의지를 바탕으로 장기적이고 꾸준하게 투자를 단행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IT 중심의 비즈니스를 하기 위한 역량을 쌓았다. 변화된 비즈니스를 수행할 인력을 확보하고, 적절한 IT 기술을 확보했다. 다음 단계로 현실적인 성장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게 운영 매커니즘을 최적화했다. IT가 각 사업별 매출 신장에 모두 기여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비즈니스마다 KPI(Key Performance Indicators)[각주:3]를 설정했다.


GE는 현재 조직과 기술,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준비를 마친 뒤에 창조력을 우선시하며 혁신을 가속하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도움 되는 파트너를 끊임없이 찾으며, 협력을 통한 신규 시장 개척에 몰두하고 있다.





  1. 1) 프리딕스(Predix) : 터빈, 엔진 등 산업용 중대형 장비나 부품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축적되는 데이터를 분석해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2015년 9월 말 정식 출시되었다. [본문으로]
  2. 2) 컨테이너 기술 :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기존 가상화와 달리 애플리케이션이 구동되는 라이브러리 환경만을 가상화한다. 시스템의 효율성과 개발 편의성이 높지만 하나의 OS에서 커널을 분배받기 때문에 보안이 취약하고 관리가 어렵다. 또한 개발자와 운영자들 사이의 의사소통, 협업, 융합을 강조하는 데브옵스(DevOps) 기반의 패러다임을 실현하게 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본문으로]
  3. 3) KPI(Key Performance Indicators) : 핵심성과지표. 조직의 목표 달성의 정도를 계량하는 지표이다. 리더십 육성, 고용, 서비스, 고객만족 등 정량적인 계측이 어려운 것을 정량화하는 데 사용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