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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HIS

흙으로 빚어낸 정성


가족에게, 아이에게 그리고 나에게 선물하기. 도예 클래스에 모인 세 사우의 목적이다.

“흙을 빚어 몇 시간 만에 작품을 뚝딱 만들어 낸다고요?”

김태엽 차장과 오영준 과장 그리고 허보슬 사원은 궁금해하며 도예를 위한 작업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강사가 제시한 오늘의 주제는‘ 내가 원하는 작품 만들기’. 세 사우는 잠시 말없이 서로 바라보았다. 한번도 해본 적 없는 도예인데 작품까지 선정해야 하다니! 강사가 여러 샘플을 제시하자, 각자 고민한 끝에 목표를 정했다.

김태엽 차장은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에 사용할 그릇을, 오영준 과장은 생선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한 물고기 모양의 그릇으로 정했다. 허보슬 사원은 퇴근 후 하루의 피로를 날려버릴 ‘나만의 시간’을 위한 컵을 선택. 목표를 정하고 나니 모두의 손길이 바빠졌다. 종이에 밑그림을 그리고 잘라가며 작품의 기본을 만들기 시작했다.




조물조물, 흙 길들이기

김태엽 차장과 오영준 과장은 밀대를 이용한 핸드빌딩 방식으로, 허보슬 사원은 온전히 손으로 빚어 만들어 내는 핀칭 방식을 썼다. 세 사우는 손바닥을 이용해 백토를 두들겨 가며 공기를 뺐다. 흙은 쉽게 마르고, 만드는 과정에서 공기가 들어가면 구울 때 터질 수 있기 때문에 흙을 다지는 첫 단계는 가장 꼼꼼해야 한다.

김태엽 차장과 오영준 과장은 다져진 흙을 평평하게 치댄 후 밀대를 이용해 전체를 같은 두께로 밀어 수평을 맞췄다. 그리고 밑그림을 따라 칼로 조심스레 잘라 나갔다. 프라모델을 즐겨 만든다는 김태엽 차장은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해서 도예도 비슷할 줄 알았는데 흙의 성질이 이렇게 까다로운 줄 몰랐어요. 자르다 실수할까 아주 조심스럽네요.”라며 여분의 흙에 몇 번의 연습을 거쳐 그릇의 틀을 완성했다. 자른 흙판은 둥근 석고 위에 올려 옴폭하게 모양을 잡고 젖은 스펀지를 이용해 결을 매끄럽게 다졌다.


정성이 듬뿍 담긴 선물

핀칭 방식을 택한 허보슬 사원은 밀대가 아닌 손을 이용해 컵을 두 개나 만들어야 했다. 핸드빌딩 방식보다 손의 힘과 시간도 많이 필요하고 고른 두께가 아니어서 투박할 수도 있지만 허보슬 사원은 나만의 컵을 위해 고개 한번 들지 않고 열심히 치대고 만들어 나갔다.

그 다음은 그릇의 굽을 만들 차례. 앞에서 잘라낸 여분의 흙으로 굽에 사용할 코일을 만들어 흙판과 틈새 없이 매끄럽게 붙여 나갔다.거의 완성된 도자기에 서명을 끝내고 말린 세 사우는 작품에 입힐 유약의색을 골랐다. 도자기는 재벌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남은 과정은 공방측에서 마무리해주기로 하고 아쉽지만 오늘의 도예는 여기서 마쳤다. 그리고 2주 후 세 사우는 완성된 작품을 받아 보았다.

모양을 선택할 때도 가장 많이 고민하고 그릇을 만드는 과정을 계속 사진으로 찍던 오영준 과장은 “처음 올 때는 막연한 기대감이었는데, 와서 그릇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보니 아들이 좋아하는 물고기가 딱 떠올랐어요. 서명까지 아들의 이름으로 했습니다. 주말가족이라 아들을 만나러 가는 날이 가장 설레는데, 물고기 접시를 받고 좋아할 아들을 생각하니 정말 행복합니다.”라고 말한다. 만드는 내내 아들 생각만 했던 그는 진정한 ‘아들바보’였다.